2006년 3월 10일 금요일
친구와 함께 넷이서
순천으로 등산을 떠났습니다.
순천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
추어탕으로 아침을 떼우고
선암사에 가는도중,
좌회전 표시에 낙안읍성이라는
민속촌 이정표를 지나치면서
내려올 때 들려
민속주라도 먹자고 악속하며
조금 지나치니까.
상사호라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잠깐동안 상사호를 구경하고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DC에 사진 몇 장을 담고.
비에 새겨진 시를 천천히 산 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목소리 낮춰 읊어 보았습니다.
아마도 절로 난 몸이라 늙기 조차 절로절로.
주차장에서 부터 서암사 까지 상당히 먼거리를
시멘트와 아스팔트 없는 길을 걸어가는 운치가
제법 쏠쏠하고 좋았는데
친구 하는 말이
이러한 길은 전국적으로 한두 곳 뿐이고
어느 곳은 아스팔트를 걷어내어
원상 복귀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구경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움이 좋다는 것을 늦게라도 알게 됐나봐요 .
아름다운 능선교를 거처
선암사 경내를 구경하고
육백년을 자랐다는
붉은 봉우리 키워가는
홍매화를 구경한다음.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30분 쯤 올랐을까.
우리 4사람의 등정 실력에 격차가 많아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때
스처가는 여자 한 분. 날씬하고 차림새가 등산을 잘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지나가는 여자.
칠팔년 전 내 끼가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난 혼지서 앞서 걸어가는 등산객을 따라잡는 재미로
산을 등산을 했으니 나를 스처가는 사람을 그냥 놔둘리 없었지요.
그 때의 그 기분으로 여님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얼굴에 망사같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으니 미인이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
그저 잘 할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따라가고파 젔어요.
그리고 여자가 뛰어봤자 벼룩이지.마음 속에 암암리에 그러한 생각이 있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발걸음이 너무도 가볍게 보입니다.임자를 만났다 싶었지요.
20분 쯤 지나니까. 잠시 멈추더니 바지를 무릅까지 걷어 올리고선
어디 한번 따라와보라는 듯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합니다.
얼마쯤 갔을까.
몇 년만에 줄줄 흐르는 흠뻑 젖은 땀에 힘은 빠지고
좀 쉬었다 가줬으면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하면서 얄미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8부 능선쯤해서 한번 쉬어주네요.
나한테 좀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뒤에 일행이 와요" 라고 말하데요.
"나도 일행이 뒤에와요. 장군봉 까지만 따라 갈께요"
이렇케 나를 밝힐수 있는 기회를 갖은 다음
마침 고로쇠 물 채취 하는 나무가 있어서 사진에 담고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고 곧바로 갈줄 알고 어물 어물 서서 쉬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느긋하게 쉬네요.
이제사 깔판을 꺼내서 앉을 수도 없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지 출발하더니 눈 깜작할 사이에 30M 쯤 앞서 갑니다.
피로가 누적되어서인지 가면 갈수록 사이가 까마득이 멀어집니다,
모처럼 만에 가뿐 숨 몰아쉬며 힘껏 걸어보는 산행이었습니다.
결국 장군봉 까지 그 여님보다 3분 정도 늦게 도착한 것 같습니다.
다음 코스는
산 중턱에 있는 보리밥 집입니다.
황사와 함께 찾아온 추위만 뻬고는
옛날 임꺽정이가 사는 곳 처럼
어느 산채에서 밥을 먹는 듯한
착각을 느끼도록 하는 괜찮은 분위기였습니다.
조계산 한바퀴를 돌고
조금만 더 가면 선암사 인데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의 한 켠에서
봄을 알리는 이쁜 버들강아지를 만났네요.
지금 부터라도 내 인생의 봄을
예쁜 버들강아지와 함께 시작하고
노래해 볼까나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