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맛 ♀≫

2006년 5월 마량포구에서

6.5kg 짜리 자연산 광어회를 떠서

춘장대 해수욕장 소나무 그늘에 앉아 맛을 음미한다.

≪♂ 입맛 ♀≫

맛이 있다 없다는 것을 말할 때
그 기준을 주로 혀끝에 의존하여 하지만

                               그 맛이라는 놈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똑같은 것일지라도
                               그때그때 느끼는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우선 촐촐해서 배속이 허전하고
회가 동하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고

근본적으로 내용물이 좋아야하며
보기 좋고 분위기가 좋아야 만이

입맛에 딱 맞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니

입맛에 딱 맞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맛깔나게 사는 우리네 인간살이도
별로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우선 당신과 함께 있는 동안엔
편하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야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당신과 함께하다 보면
친근감이 생겨서 어느 듯 마음의 틈새가 메워지고

심성이 완만해서 만날수록 편해지고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속에 정감이 쌓여가는 삶을

맛깔나게 사는 삶이라고 한다면

마님이든 친구이든
이성이든 동성이든 간에

맛나게 살 수 있도록 딱 맞는
동반자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요즘 당신과 만나 함께하는 시간들이
남보다 훨씬 더 맛나게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미 남들이 입맛을 쩝쩝거리며
부러워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

허나 그 맛이라는 놈은 참 묘한 놈이다

음식의 맛이든 맛깔나게 사는 삶이든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끝없이 맛있는 것을 갈망 한다.

음식을 맛보는 혀끝은
입맛을 다실 때마다 자꾸만 고급스러운 것을 원하고

한 번 고급화된 혀끝은
또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기를 싫어한다.

풍요로워져서 맛깔스러워진 삶도 조금만 지나면
그 맛에 싫증을 느끼고 다른 맛을 찾아 기웃거리고

한번 달콤한 꿀맛에 젖어본 삶은
그 맛에 취해서 처음으로 되돌아가기를 싫어한다.

어쩌면 맛을 따라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도
맛있는 곳을 기웃거리며 방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