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해돋이 _⊙
새해 첫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산과 바다로 가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나름대로 소원을 빌고 돌아온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그들 중에 만수와 종수라는 건장한 두 사람이
이 문제를 놓고 의견이 달라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건강하다고는 해도 70고개를 넘어
80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이 들면 애가 된다고 했던가,
두 사람은 어려서 같은 마을에서 함께 자란 지기로서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언성을 높이고 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대충 나열해 보면.
겨울이 깊어져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그들은 여느 때처럼 술잔을 기우리며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 야 ~ 만수야 !
이번에 해돋이 보러 감포에 가는데 같이 가자.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서 본단다. 』
『 종수야 ~ 그 것을 보러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고생하며 거기까지 가냐,
그리고 해를 보려면 산으로 가야지 왜 바다로 가냐 ?
좀 더 높은 곳에서 남들보다 더 빨리 봐야 의미가 있지.
나는 그냥 관악산에 가서 볼 꺼다. 』
『 무슨 말이야 ~
바다로 가야 해를 빨리 볼 수 있지,
그런 엉터리 같은 말, 하지 말고 나 따라서 감포로 가자. 』
『 뭐라고 ?
엉터리라고 ?
너 지금 뭘 알고서 말하는 거야 !
야 임마, 생각을 좀 하면서 살아라!
바다가 산보다 높냐 ~~ 낮냐 ?
산과 산 사이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이 바다잖아,
그러면 산골짜기에서 바라보는 것 하고
산봉우리에서 바라보는 것 하고 어느 것이 빠르겠냐 ?
꼭 내가 이렇게 길게 설명을 해야만 알것냐 ? 』
이렇게 말을 끝맺은
만수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흐른다.
종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지구가 둥글고 어쩌고저쩌고 ***
새삼스레 교육을 시킬 수도 없는 일이고.
종수는 만수가 배움이 짧아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친구의 아픈 곳을 더 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 만수야 !
네가 뭐라 해도 나는 해돋이를 보러 바다로 간다.
그러니 너는 관악산에 가거라.
그날 해돋이를 먼저 본 사람이 전화하기로 하자. 』
『 좋아 ! 그럼 그렇게 하자 ! 』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자신 만만하게
자존심을 걸고 단단히 약속을 했다.
종수는 내심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마음이 아팠다.
새해 첫 날 아침 친구한테 마음의 상처를 줄 것만 같아서다.
아침 해 뜨는 시간에 맞춰 두 사람은
각각 산과 바다에서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해 뜨는 시간이 가까워지니
바다에 있는 종수나
산에 있는 만수는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해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종수의 전화기에서 수신음이 들린다.
만수의 전화였다.
『 야, 종수야 ! 거기 해 떴냐 ? 』
『 아니, 아직 못 봤다. 』
『 그거 봐라 ~ 내가 뭐라고 했나,
산에서 봐야한다고 했지 ?
여기는 금방 해가 올라왔어. 』
만수의 득의에 찬 음성이 들린다.
종수는 수평선 위에 낮게 깔린 짙은 구름 때문에
10분이 지나서야 구름 위로 내미는 해를 볼 수 있었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 나 ~ 참 이럴 수가 있어 그래,
그 친구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을 거야.
나 ~원~ 참 살다보니 별 히얀 한 일이 다 있지.
글쎄 이런 일도 있더라니까 ~ 』
〈 산골짜기보다 봉우리에서 보는 게 더 빠르다 ? ~
말이 되기는 되네요. 〉
이렇게 짤막한 말로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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