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들의 축제.
늦은 오후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아파트 정원 벗 나무 밑에 심어놓은 맥문동 꽃대에
깔끔하게 벗어놓고 간 매미의 겉옷이 맵시 있게 걸려있어
다음 날 카메라를 들고 그것을 담았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다.
몇 칠이 지난 후,
문제의 그 매미 옷이 생각나 아침을 먹자마자
뜰에 나갔는데 뜻하지 않게 그곳에는 조그마한
나비들이 쌍 파티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애들은 오로지 파트너 찾기에만 열중하고
카메라를 들고 그들을 엿보고 있는대도
나의 존재는 아예 무시해버리고 저희들끼리만 논다.
참 착한 좋은 애들인 것 같다.
둘 셋 넷 다섯 일곱이 한 자리에 앉아
오랜 시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단 한 번도 싸우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혹여 늦게 온 녀석이 있어 짝이 맞지 않더라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 시비를 걸거나 싸우려 들지 않는다.
이들이 만나면 더듬이를 맞대고 지루할 정도로 오랫동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어디론지 다른 짝을 찾아 바쁘게 날아간다.
배추 흰 나비나 다른 나비들처럼 훨훨 날지는 못하고
짧은 시간 두세 번 곡선을 그리다 멋 없이 내려 앉는다.
이렇게 해서 자리 하나가 생기면
바라만 보던 녀석은 슬금슬금 걸어가 더듬이를 맞대고
점잖은 신사처럼, 예의 바르게, 위의 그 순서를 밟는다.
그들의 마음이 상통하면 조금씩 움직이며 나비 춤을 춘다.
아주 적은 날개 짓으로 바르르 떨며 사랑을 표시한다.
그리고는 이내 꽁지를 길게 느려서 서로의 살을 붙인다.
여기에도 훼방꾼은 있다.
개미와 벌.
개미는 행동이 느려서 슬금슬금 다가가지만
나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며 가볍게 옆으로 피한다.
하지만 빠르게 꽃으로 달려드는 조그만 벌에 위협을 느꼈던지
꼬리가 이어진 상태로 접시비행기의 이륙처럼 붕 떠서
곡선을 그리며 저쪽으로 가볍게 내려앉는다.
나비와 함께 오전 한나절을 보낸 시간이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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