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가로이 쉬고 있다가 ↑
이 두 사람이 지나가니까 ↓
옆에 있던 두 사람이
그들을 멀거니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좀 ~~ 그래 보입니다.
산행길이 단조롭고 외길이어서
신소리나 좀하고 말랍니다.
어제 밤 헨폰 알람을 5시 30분에 맞춰놓고
꿈나라에 들어갔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알람소리는 들리지 않고 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다.
30분 땀시 다시 눈을 붙일 수도 없고
그냥 일어나 컴에 앉아 오늘 산행 할
구담봉과 옥순봉을 찾아본다.
물론 내 마눌도 덩달아 일어나서 마다 않고
아침을 준비하고 간단하게 도시락을 싸줍니다.
그저 내색은 안했지만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여유 있게 6시 20분에 출발했는데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15분이 남습니다.
기다리다 하나강산이라는 버스에 승차는 했는데
누군가 아직까지 도착하지 못하고 열심히 뛰어오고 있는
한 사람을 위하여 25분을 더 기다린 다음에야 출발한다.
그동안 안면이 확실한 회원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긴가밍가한 회원님은 수끼가 없는 나로서는 행여나 실수할까봐
아는 채를 할까 말까, 말까 할까, 망설이다 차에 탔는데
아차 싶은 게 하나가 생각나네요.
좌석 번호가 있었는데 기억나지 않으니 ㅎㅎㅎ
좌석표를 보면 옆자리에 앉아 함께 갈 여님이 있었는데 ~
기억해내기는 했지만 그거이 쓸모가 없습니다.
분명 있기는 있는데 이름도 까먹고 얼굴도 모르고 ^^^
선뜻 앉지 못하고 어물거리고 있는데
구제해줄 임이 나타나 아는 채를 합니다.
나의 서있는 모습이 어색해서 그런 건지,
나를 알아보고 아는 채를 하는 건지.
내 이름을 불러주며
내 이름과 나"라는 사람이 맞느냐고 확인을 하는 거다.
아직은 내 직감도 싱싱하게 살아 쓸모가 있는 모양입니다.
구십 프로 이 여인이 오늘 내 옆에서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내내
내 말동무가 되어 줘 나를 심심하지 않게 해줄 사람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보았으니까요.
그래서 얼른 위아래 눈길을 왕복시킨 다음
맞다‘고 회답을 주었지요.
어떻게 생기신 임인지는 알아야 될 것 같아서요.
물론 이러한 생각들은 순간에 이루어진 거였어요.
묻고 곧바로 대답하는 사이.
지금 생각하니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나였던 것이 둘이 되어
두 사람의 힘으로 합심하니 쉬이 자리를 찾을 수 있었지요.
반가운 사람,
오늘 하루 내 옆 지기가 되어서 내 말동무가 되어줄 사람.
다른 사람이 말 많이 못하게 시리 창 쪽으로 부쳐 안쳤습죠.
( 실제로는 창 쪽이 밖의 경치를 보기에
좋은 곳이어서 배려하는 차원이었음 )
그런데 이 여인네 좀 봐요.
된땅 툭 트인 분인 것 같습니다.
왠만하면 수줍어서 아무 말 않고 요조숙녀 흉내 내며
다소곳이 앉아있을 거인디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 오내요.
나도 어떻게든 말을 붙여볼 참인데 짐을 덜어줘 고맙지 뭡니까.
오늘 하루 여러 시간 동안 같이 있을 거인데
꿔다놓은 보리차두 마냥
입봉하고 긴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인지라 ^^
입담이 없어 말을 많이 안하는 편이지만 가끔씩 하기는 하거던요.
야튼 짧은 시간에 많은 걸 생각하며
통성명이 시작됩니다.
최미남이 본명이냐
아니다
그럼 뭐냐
물어본 사람이 먼저 말해야 되는 것 아니냐 ?
그런 가 ? 나는 최OO인데 당신은 뭐냐
나는 최OO이다.
여기까지가 왔다리 갔다리 줄다리기입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그 줄이 끊어졌어요.
왜냐면요.
내 속셈과 상황이 전혀 다른 길로 접어들었거던요.
그 셈이 뭐인 줄 아세요.
『 하필이면 왜 최 씨람, 김 씨도 이 씨도 많은데 』
순간에 최. 김. 이씨. 세 씨를 다 셈해버린 거였어요.
죄 없는 김 씨 이 씨가 끼어들기는 했지만 서도.
그 돌발 상황에 잠시 칸막이를 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이 여인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와서
마음껏 오가는 동안 눈요기 하시라고 창가에 앉혀놓았더니
발이 마당발입니다 그려.
정식으로 통성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을 최대한 늘리고
좌로 우로 뒤로 눈길 닿는 데로 아는 채를 합니다.
어~어 이거 생각 착오네.
나도 눈치는 좀 있는 편이어서 얼른 머리를 회전시켜보았지요.
이 여인은 창가의 경치에 눈이 쏠리지 않고
차안에 있는 움직이는 생물에 흥미를 갖는 갑다.
그렇다면 자리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형편이 이리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요.
해서 곧바로 실행에 옴기기 시작합니다.
이야기 할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
자리를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를
이야기 사이에 살그머니 끼어 넣었더니 엄청 반색하는 눈치입니다.
모처럼 옆 지기한테 좋은 일을 했다 싶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암튼 이렇게 해서 얼굴 익히고 나니
출발하고 올 때까지
어디에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날 잊지 않고 챙겨 거둬줘서
빼먹지 않고 맛있는 것은 다 얻어먹고 온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는 말씀 한마디 써 올립니다.
이상 옆 지기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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